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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동화 엄마의 특별한 생일, 원추리꽃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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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상권 / 그림 : 이재호

 

수민이는 아파트 현관에서 현수가 나오자 “현수야!”하고 크게 불렀다.

오늘따라 현수는 기운이 없었다.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어. 어제 회사에서 갑자기 쓰러져서...”

예상하지 못했던 말을 듣자, 수민이는 아무런 말도 못했다. 다행히 운전석에 있던 엄마가 현수를 위로하면서, 이따가 숲놀이 끝나고 같이 병원에 가자고 했다.

엄마가 운전하는 차가 30분쯤 달리자 산속 마을이 나왔고, 구불구불 길을 따라 골짜기로 올라 가자 작은 학교가 나왔다. 운동장에 십여 명의 아이들이 모여있었다. 오늘 숲놀이를 이끌어갈 작가 선생님이 손을 흔들었다.

“여러분 만나서 반가워요. 오늘은 숲에 가서 재밌게 놀다가 올 겁니다. 그러니 편안하게 따라오 세요.”

숲으로 들어가자 날씨가 시원해졌고, “어버버버!”하는 새소리가 들렸다.

“자, 오늘 내가 모두 휴대폰을 가지고 오라고 했지요? 지금부터는 새소리가 들리면 모두 녹음하 세요. 그런 다음 자기 귀에다 대고 더 자세히 들어보세요.”

현수는 계속 자기 아빠하고 문자를 주고 받고 있었다. 전혀 숲놀이에 집중하지 못했다. 현수가 수민이하고 눈이 마주치고 나서야 살짝 웃었다.

 

“엄마가 큰 병이 아니래. 엄마가 어려서부터 어지럼증이 있었대.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몸이 피로할 때 생기는 거래.”

수민이도 마음이 놓이면서 환하게 웃어주었다. 작가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녹음한 새소리를 듣고 그대로 흉내 내보라고 하였다. 마치 4박자 노래처럼 아이들은 “어버버버!” “으부부부!” “어더 더더!”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내 귀에는 이렇게 들리는데....아빠바보! 아빠바보! 아빠바보!”

아이들이 깔깔깔 웃으면서 진짜 그렇게 들린다고 하였다. 몇몇은 아빠바보라고 크게 소리쳤다.

그때 키가 큰 여자아이가 소리쳤다.

“오빠바보! 오빠바보! 오빠바보! 저는 이렇게 들려요.”

순간 아이들이 아까보다 더 크게 웃으면서 합창하듯이 오빠바보를 외쳤다.

“이 새는 검은등뻐꾸기인데, 듣는 사람에 따라서 소리가 다 다릅니다. 계절에 따라서도 다르고, 장소에 따라서, 날씨에 따라서, 낮이냐 밤이냐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새들도 감정이 있잖아요? 이렇게 숲에 올 때마다 새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면, 새들이 하는 말을 자세히 알 수는 없어도, 그 감정을 조금은 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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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어디선가 재잘재잘 새소리가 들리자 말을 멈췄다. 그 새는 5분이 넘도록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수민이가 가만히 들어보니까, “찌바찌바, 꽥 재르르 주루루 지그지그....” 마치 외계인이 떠들어대는 것 같았다. 선생님은 그 새가 노랑턱멧새 수컷이라고 했다. 노랑턱멧새 수컷은 암컷에게 고백을 할 때는 종일 쉬지 않고 노래를 불러댄다고 했다.

숲속으로 더 들어가자 “드르륵, 드르륵!”하는 소리가 들렸다. 현수가 딱따구리라고 했다. 딱따구 리는 나무를 통해서 말을 한다니, 수민이는 참 신기했다. 박새들 소리도 녹음했다. 박새도 노랑 턱멧새만큼이나 다양하게 말을 했다. 수민이는 새들이 이렇게 다양한 말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숲을 나오다가 연분홍색 꽃이 보이자, 선생님이 아이들을 불렀다.

“이건 원추리꽃입니다. 원추리는 독이 없고 순해서 어린 순은 뜯어서 나물을 해먹고, 뿌리는 말려서 가루를 만들어 국수 같은 것을 해먹고, 꽃은 꽃밥을 해먹어요. 꽃밥은 여러분도 할 수 있어 요. 싱싱한 꽃을 부스러지지 않게 따서 꽃술을 떼어내고 씻은 다음, 밥을 그 꽃 안에다 넣으면 끝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생일날 시루떡을 했는데, 떡에 있는 붉은 팥이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고 해서 그런 겁니다. 원추리도 붉잖아요? 그래서 이것도 생일밥으로 해먹었답니다.”

그때부터 현수는 원추리꽃을 따서 소중하게 가방에다 넣었다. 수민이가 왜 그걸 따냐고 묻자, 오늘이 엄마 생일이라고 하였다.

“근데 갑자기 입원하시는 바람에 아빠랑 이모도 엄마 생일을 다 까먹은 것 같아.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어. 이따가 병원에 갈 때, 꽃밥 해서 가면 엄마가 좋아하실 것 같아.”

숲놀이가 끝나자 수민이가 현수한테 말했다.

“현수야, 우리집에 가서 꽃밥 만들자. 도와줄게.”

현수는 잠깐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현수 얼굴이 굳어지면서곧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가방 속에서 끄집어낸 원추리꽃들이 다 부서져 있었다. 수민이 엄마도 당황하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때 수민이가 괜찮다고 하였다.

“우리 아파트 뒷산에도 원추리꽃이 많을 거야.”

숲은 바로 아파트 뒤에 있었다. 숲에는 수민이의 예상보다 원추리꽃이 더 많았다. 꽃대를 위로쭉 뻗어서 나팔 모양의 꽃을 피우는 원추리꽃은 멀리서도 눈에 잘 띄었다.

꽃을 딴 수민이랑 현수가 집에 오자, 엄마가 볶음밥을 해놓았다. 둘은 볶음밥을 원추리꽃에다 넣었다. 노란 원추리꽃과 밥이 어우러져 근사한 꽃밥이 되었다.

“어어, 보기도 좋고, 아삭거리는 것이 오이를 씹는 것 같아.”

현수가 연달아 꽃밥 두 개를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난 단맛이 느껴지고, 꼭 양상치를 씹는 것 같은데...”

수민이도 원추리꽃밥을 우적우적 씹어댔다. 씹을수록 특별한 맛이 났지만, 그 맛은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

“암튼 지금까지 먹어본 적이 없는 아주아주 특별한 맛이야. 현수 너 때문에 이런 맛을 느낄 수있어서 고마워.”

“아냐, 나야말로 고마워. 수민이 너 덕분에 이런 특별한 음식을 엄마한테 드릴 수 있게 되어서, 진짜 고마워.”

현수가 악수를 하듯이 수민이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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